지금까지, 자폐증 아이들의 여러 가지 증상들, 그리고 그 증상들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자폐증 아이들의 여러 증상은 한 뿌리에서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감각 이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감각 이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뇌가 손상되었기 때문입니다.

 자폐증 아이들은, 외부 감각을 받아들이는 기관은 모두 정상입니다. 하지만, 받아들인 자극을 해석하고 종합하는 뇌에 손상이 생긴 것이죠. 

과거에는 뇌 신경, 뇌 신경간의 연결 상태를 정밀하게 볼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최근들어서 뇌 신경간의 연결이나 뇌 부위별 활성도 등을 볼 수 있는 기술이 많이 발전하면서, 자폐증 아이들은 뇌 신경이 손상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A라는 뇌 신경은 B,C, 등 여러 뇌 신경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A,B,C,등은 마치 서로 손을 잡고 있듯이 연결되어 있죠. 

 그런데 어떤 사건이 생겨서, A 뇌신경이 손상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주위에 존재하던 B,C 뇌신경은 A와의 연결이 끊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A,B,C가 힘을 합해서 하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A와 손을 놔버린 B,C는 뇌가 계속 성장, 발달하면서 주위에 있는 다른 뇌신경과 또 다시 손을잡고 연결을 합니다. 주위에 있던 1 뇌신경에 B,C가 연결이 됩니다. 그런데 1 뇌신경은 2,3, 뇌신경과 원래 연결이 되어 있던 상태입니다. 여기에 B,C 뇌신경이 더 연결이 되어버리게 되면, 원래 1 뇌신경이 하던 일이 더 강해지게 됩니다.

 이처럼, 뇌 신경이 손상되면, 특정 기능은 약해지고, 반대로 특정 기능은 더욱 강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폐증을 가진 우리 아이들은 특정 기능은 상당히 저해되고, 특정 기능은 아주아주 강해집니다. 

 기능이 강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닙니다. 약하게 느껴져야 할 자극이 너무 강렬하게 느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폐증 아이들은, 어떤 감각은 너무 약하게 느끼고, 다른 감각은 너무 강하게 느끼는 등의 변화가 나타납니다.

자폐증 아이들이 여러 가지 증상들을 보이는 이유는, 모두 뇌 손상으로 감각 이상이 발생한 결과입니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마다, 감각의 이상이 어느 정도까지 심각한지는 다릅니다. 뇌 손상이 발생한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뇌 손상이 경미해서, 감각 이상이 약하게 나타나는 아이들은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고, 단지 상호 작용에 약간의 문제만 생기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이러한 가벼운 자폐증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뇌가 광범위하게 손상되어서, 감각 이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일상적인 활동들도 힘들고, 본인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처럼, 자폐증은 같은 원리로 발생한 감각 이상이, 아주 가벼운 상태에서부터 아주 심각한 상태까지 연속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자폐증을 여러 질환으로 나누지 않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 라고 합니다. 스펙트럼이란, 아주 약한 단계에서부터 아주 심각한 단계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정도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